Kapitel 1 von 2 · A2 · Leicht
운수 좋은 날의 손님들
Ein Glückstag
하늘이 흐렸다. 눈이 올 것 같았지만 눈은 오지 않고, 차가운 비가 추적추적 내렸다.
김 첨지는 서울 동소문 안에서 인력거를 끄는 사람이다. 인력거는 사람을 태우고 끌고 가는 작은 수레다. 이날은 김 첨지에게 오랜만에 찾아온 운수 좋은 날이었다.
아침 일찍 앞집 부인을 전찻길까지 태워다 주었다. 그다음에는 정류장에서 기다리다가 양복을 입은 선생님 같은 사람을 학교까지 태워다 주었다. 첫 번째 손님에게 삼십 전, 두 번째 손님에게 오십 전을 받았다. 아침부터 이렇게 돈을 버는 일은 흔하지 않았다.
김 첨지는 거의 열흘 동안 돈을 한 푼도 벌지 못했다. 그래서 동전이 손바닥에 떨어질 때 눈물이 날 만큼 기뻤다. 이 팔십 전이 있으면 목마를 때 막걸리 한 잔을 마실 수 있다. 그보다 아픈 아내에게 설렁탕 한 그릇을 사다 줄 수 있다.
김 첨지의 아내는 벌써 한 달이 넘게 기침을 하며 아팠다. 집이 너무 가난해서 밥도 제대로 못 먹었다. 약은 한 번도 사 먹지 못했고, 의사에게 가 본 적도 없다. 아내는 이제 일어나지도 못하고, 옆으로 눕지도 못했다.
병이 이렇게 심해진 것은 열흘 전 일 때문이다. 그때 김 첨지가 오랜만에 돈을 벌어 좁쌀을 사 왔다. 아내는 너무 배가 고파서, 좁쌀을 다 익히지도 않고 손으로 급하게 먹었다. 그날 저녁부터 아내는 가슴과 배가 아프다고 괴로워했다.
김 첨지는 화가 나서 소리를 질렀다. “못 먹어서 병, 먹어서 병! 도대체 어쩌란 말이야!” 그리고 아픈 아내의 뺨을 한 대 때렸다. 아내의 눈에 눈물이 맺혔다. 김 첨지의 눈도 뜨거워졌다.
그런데 사흘 전부터 아내는 설렁탕 국물이 먹고 싶다고 졸랐다. “조밥도 못 먹는 사람이 설렁탕은 무슨 설렁탕이야!” 김 첨지는 이렇게 야단을 쳤지만, 사 주지 못하는 마음은 아팠다.
이제는 설렁탕을 사 줄 수 있다. 엄마 옆에서 배가 고파 우는 세 살 아들 개똥이에게 죽도 사 줄 수 있다. 팔십 전을 손에 쥔 김 첨지의 마음은 넉넉했다.
그런데 김 첨지의 행운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학교 문을 나올 때 뒤에서 누가 “인력거!” 하고 불렀다. 그 학교 학생이었다. 학생은 방학이라서 고향에 가려고 하는 것 같았다. 비는 오고 짐은 많아서 어떻게 할지 몰랐던 것이다. “남대문 정거장까지 얼마요?”
김 첨지는 잠깐 망설였다. 계속 찾아오는 행운이 조금 무서웠다. 그리고 아침에 집을 나올 때 들은 아내의 말이 마음에 걸렸다. 아내는 뼈만 남은 얼굴로, 크고 움푹한 눈으로 부탁했다. “오늘은 나가지 말아요. 제발 집에 있어요. 내가 이렇게 아픈데…….”
그때 김 첨지는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별소리를 다 하네. 집에 앉아 있으면 누가 먹여 살려 줘?” 그래도 아내는 목이 멘 소리로 말했다. “그러면 일찍 들어와요.”
학생이 다시 물었다. “그래서 남대문 정거장까지 얼마란 말이오?” 김 첨지의 입에서 자기도 모르게 말이 나왔다. “일 원 오십 전만 주십시오.” 김 첨지는 자기가 부른 큰돈에 스스로 놀랐다. 돈을 벌고 싶은 마음이 아내에 대한 걱정을 지워 버렸다. 오늘 하루쯤은 괜찮겠지 싶었다.
“그러면 달라는 대로 줄 테니 빨리 갑시다.” 학생을 태운 김 첨지의 다리는 이상하게 가벼웠다. 인력거는 얼음 위의 스케이트처럼 미끄러져 갔다.
그런데 집 가까이 오자 다리가 갑자기 무거워졌다. “오늘은 나가지 말아요. 내가 이렇게 아픈데!” 아내의 말이 귀에 울렸다. 아내의 움푹한 눈이 원망하는 것 같았다. 개똥이의 울음소리도 들리는 것 같았다. “왜 이러시오? 기차 놓치겠소!” 학생의 소리에 정신을 차려 보니, 김 첨지는 길 한가운데에 멈춰 서 있었다. 김 첨지는 다시 달렸다. 집에서 멀어질수록 걸음은 다시 빨라졌다.
정거장에서 일 원 오십 전을 손에 쥐자, 김 첨지는 부자가 된 것처럼 기뻤다. 그런데 빈 인력거를 끌고 비를 맞으며 돌아가려니, 몸이 춥고 배가 고팠다. 김 첨지는 생각했다. ‘오늘은 운수가 좋으니까, 여기서 기다리면 손님이 또 있을지도 몰라.’
기차가 오고 사람들이 쏟아져 나왔다. 김 첨지는 망토를 두른 젊은 여자에게 다가갔다. “아가씨, 인력거 타시겠습니까? 싸게 모셔다 드리겠습니다.” 그러나 여자는 “왜 이래, 귀찮게!” 하고 소리를 지르며 돌아섰다.
그래도 김 첨지의 예감은 틀리지 않았다. 전차에 타지 못한, 큰 가방을 든 손님이 있었다. 김 첨지는 그 손님을 육십 전에 인사동까지 태워다 주었다. 하지만 이제는 집 생각이 자꾸 나서 마음이 급하고 불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