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pítulo 1 de 1 · A2 · Fácil
낙동강을 건너는 밤
O Rio Nakdong
낙동강 칠백 리를 흐르는 물은 구포 벌판을 지나 바다로 간다. 이 강가의 넓은 들에서 사람들은 오랫동안 고기를 잡고 농사를 지으며 살았다. 하지만 땅은 점점 남의 것이 되었고, 많은 사람들이 고향을 떠나 서북간도로 갔다.
이른 겨울의 어두운 밤, 낙동강 언덕에 많은 사람들이 모여 배를 기다렸다. 그들은 감옥에서 병이 깊어져 풀려난 박성운이라는 사람을 마중 나온 것이다. 성운은 인력거에 앉아 있었는데, 얼굴이 무척 야위어 있었다. “그렇게 힘센 사람이 저렇게 되다니, 얼마나 심하게 고문을 했을까.” 사람들이 수군거렸다.
배가 강을 건널 때, 성운은 옆에 앉은 젊은 여자에게 부탁했다. “로사, 내가 지은 노래를 불러 주오.” 로사는 맑은 목소리로 노래를 불렀다. “봄마다 봄마다 불어 내리는 낙동강물…….” 성운도 함께 노래를 부르고, 소매를 걷고 차가운 강물에 팔을 담갔다. “외국을 떠돌던 다섯 해 동안에도 나는 낙동강을 잊은 적이 없었다. 내가 낙동강 어부의 손자요, 농부의 아들이라는 것도.” 성운의 눈에서 눈물이 떨어졌다.
성운의 할아버지는 어부였고, 아버지는 가난한 농부였다. 부모님은 고생하면서도 아들을 학교에 보냈다. 성운은 농업학교를 마치고 군청에서 일했다. 그런데 독립운동이 일어나자, 성운은 일을 그만두고 운동에 뛰어들었다. 그 때문에 일 년 반 동안 감옥에 있었다. 나와 보니 어머니는 돌아가셨고, 집도 없었다. 성운은 늙은 아버지와 함께 서간도로 떠났다. 그 노래는 그때 강을 건너며 지은 것이었다. 아버지는 그곳에서 돌아가셨다. 성운은 만주와 중국 여러 곳을 떠돌며 독립운동을 하다가, 다섯 해 뒤에 고향으로 돌아왔다.
고향 마을은 크게 변해 있었다. 백 집이 넘던 마을에 사람이 많이 줄었고, 큰 창고가 들어서 있었다. 성운의 옛집 터에는 느티나무 한 그루만 남아 있었다. 성운은 그 나무를 끌어안고 어린 시절을 생각했다. 그리고 마을 사람들을 위해 일하기 시작했다. 밤에는 농민들에게 글을 가르치고, 소작인 조합을 만들어 땅 주인에게 맞섰다.
마을 앞 강가에는 넓은 갈대밭이 있었다. 마을 사람들은 오랫동안 그 갈대를 베어 자리와 삿갓을 만들어 팔며 살았다. 그런데 그 갈대밭이 일본 사람의 것이 되어, 갈대를 벨 수 없게 되었다. 화가 난 마을 사람들은 갈대를 베다가 지키는 사람들과 싸웠다. 성운은 그 일을 부추겼다는 혐의로 붙잡혀 가서 심한 고문을 당했다.
로사는 백정의 딸이었다. 백정은 오랫동안 천한 대접을 받던 사람들이다. 성운은 “백정이나 우리나 다 같은 사람이다.”라고 말했고, 로사는 성운을 따르며 사랑하게 되었다. 로사는 학교 선생님이었지만, 성운을 만난 뒤 그 일을 그만두겠다고 했다. 부모님은 화를 냈지만 로사는 뜻을 굽히지 않았다. 성운은 로사에게 말했다. “당신은 가장 낮은 곳에서 터져 나오는 폭탄 같아야 합니다.”
며칠 뒤, 성운은 세상을 떠났다. 많은 사람들이 깃발을 들고 성운의 장례 행렬을 따랐다. 그해 첫눈이 내리던 날, 구포역에서 북쪽으로 가는 기차에 로사가 앉아 있었다. 로사는 성운이 걷던 길을 자기도 걸어 보려는 것이었다. 그러나 언젠가 로사도 이 잊지 못할 땅으로 돌아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