第1章,共5章 · 原著 · 难 · C1
젊은이의 시절 (1/5)
青年时代
아침 이슬이 겨우 풀끝에서 사라지려 하는 봄날 아침이었다. 부드러운 공기는 온 우주의 향기를 다 모아다가 은하 같은 맑은 물에 씻어 그윽하고도 달콤한 내음새를 가는 바람에 실어다 주는 듯하였다. 꽃다운 풀 내음새는 사면에서 난다.
작은 여신의 젖가슴 같은 부드러운 풀포기위에 다리를 뻗고 사람의 혼을 최면제(催眠劑)의 마약으로 마비시키는 듯한 봄날의 보이지 않는 기운에 취하여 멀거니 앉아 있는 조철하(趙哲夏)는 그의 핏기 있고 타는 듯한 청년다운 얼굴은 보이지 않고 어디인지 찾아낼 수 없는 우수의 빛이 보인다.
그는 때때로 가슴이 꺼지는 듯한 한숨을 쉬었다. 그는 몸을 일으켜 천천한 걸음으로 시내가 흐르는 구부러진 나무 밑으로 갔다. 흐르는 맑은 물은 재미있게 속살대며 흘러간다. 푸른 하늘에 높다랗게 떠가는 흰구름이 맑은 시내 속에 비치어 어룽어룽한다.
꾀꼬리 한 마리는 그 나무 위에서 울었다. 횐 나비 한 마리가 그 옆 할미꽃 위에 앉아 그의 날개를 한가히 좁혔다 폈다 한다. 철하는 속으로 무슨 비애가 뭉친 감상(感傷)의 노래를 불렀다.
사면의 모든 것은 기꺼움과 즐거움이었다. 교묘하게 조성된 미술이었다. 음악이었다.
그러나 그의 입속으로 부르는 노래 소리나 그의 눈초리에 나타나는 표정은 이 모든 기꺼움과 즐거움과 아름다운 포위(包圍) 속에서 다만 눈물이 날 듯한 우수와 전신이 사라지는 듯한 감상뿐이었다.
그는 속마음으로 부르짖었다.
하느님이여! 하느님은 나에게 가슴을 뭉클하게 하고 말할 수 없이 갑갑하게 하며 아침날에 광채나는 처녀의 살빛 같은 햇볕을 대할 때나, 종알거리며 경쾌하고 활발하게 흐르는 시내를 만날 때나, 너울너울 춤추는 나비를 볼 때나, 웃는 꽃이나 깜박이는 별이나 하늘을 흐르는 은하를 볼 때, 아아 나의 사지를 흐르는 끓는 피 속에 오뇌의 요정을 던지셨나이까? 감상의 마액(魔液)을 흘리셨나이까.
아아 악마여 너는 나의 심장의 붉고 또 타는 것을 보았는가? 나의 심장은 밤중에 요정과 꿀 같은 사랑의 뜨거운 입을 맞추고 피는 아침의 붉은 월계보다 붉고, 나의 온몸을 돌아가는 피는 마왕의 제단에 올리려고 잡는 어린 양의 애처로운 피보다도 정(精)하였다. 또 정하다. 아아 너는 그것을 빼앗아 가려느냐? 너는 그것을 너의 그치지 않는 불꽃 속에 던지려느냐?
이 젊은 청년은 어렸을 때부터 저녁 해가 뉘엿뉘엿 서산으로 넘으려 할 때 붉은 석양에 연기 끼인 공기를 울리며 그의 대문 앞을 지나 멀리 가는 저녁 두부장수의 슬피 부르짖는 ‘두부 사려!’ 하는 소리나 집터를 다지는 노동자들의 ‘엘럴러 상사디야’ 소리를 들을 때나 한적한 여름날 처녀 혼자 지키는 집에 꽹매기 두드리며 동냥하는 중의 소리를 들을 때나, 더구나 아자(我子)의 영원히 떠남을 탄식하며 눈물지어 우는 어머니의 울음을 조각달이 서산으로 시름없이 넘어가는 새벽 아침에 들을 때나, 아아 하늘 위에 한없이 떠가는 흰구름이여, 나의 가슴속에 감추인 영혼과 그의 지배를 받는 이 나의 육체를 끝없는 저 천애(天涯)로 둥실둥실 실어다 주어지라! 나는 형적도 없고 보이지도 않는 그 소리 속에 섞이고 또 섞이어 내가 나도 아니요, 소리가 소리도 아니요, 내가 소리도 아니요, 소리가 나도 아니게 화하고 녹아서 괴로움 많고, 거짓 많고, 부질없는 것이 많은 이 세상을 꿈꾸는 듯 취한 듯한 가운데 영원히 흐르기를 바란다 하였다.
그는 어렸을 때부터 자연의 미묘한 소리에 한없는 감화를 받았다. 그는 홀로 저녁 종소리를 듣고 눈물을 씻었으며 동요를 부르며 지나가는 어린 계집아이를 안아 주었다.
그는 가끔 음악에 대한 서적도 많이 보았다. 더구나 예술의 뭉치인 가극이나 악극을 구경할 때에 그 무대에 나타나는 여우의 리듬 맞춘 경쾌하고 사랑스럽고 또 말할 수 없는 정욕을 주는 거동을 볼 때나 여신같이 차린 처녀의 애연한 소리차 황자(皇子) 같은 배우의 매력을 가진 목소리가 모든 것과 잘 조화되어 다만 그에게 주는 것은 말하기 어려운 환상뿐이었다. 넘칠 듯한 이상뿐이었다. 인생의 비애뿐이었다.
그는 지금 나무 밑에 서서 주먹을 단단히 쥐고 공중을 치며,
“음악가가 되었으면! 세상에 가장 크고 극치의 예술은 음악이다. 나는 음악가가 될 터이다.”
그는 한참 있다가 다시
“아니, 아니 〈음악가가 될 터이야〉가 아니다. 내가 나를 음악가라 이름짓는 것은 못난이 짓이다. 아직 세상을 초탈하지 못한 까닭이다. 그렇다. 다만 내 속에 음악을 놓고 내가 음악 속에 들 뿐이다.”
그의 표정에는 이 세상 모든 것을 조소하는 웃음이 넘치는 듯하였다. 그는 한참 가만히 있었다. 그러다가 뜨는 갑자기 눈에 희미 한 눈물 방울을 괴었다. 그리고 다시 주먹을 쥐 고,
“에‥‥‥가정이란 다 무엇이야, 깨뜨려 버려야지, 가정이란 사랑의 형식이다. 사랑 없는 가정은 생명 없는 시체다. 아아 이 세상에는 목숨 없는 송장 같은 가정이 얼마나 될까? 불쌍한 아버지와 애처로운 어머니는 왜 나를 나셨소. 참진리와 인생의 극치를 바라보고 가려는 나를 왜 못 나가게 하세요. 어머니 아버지가 나를 낳아 기를 때에 얼마나 애끓이는 생각을 하셨어요. 어머니는 나를 업고 어떠한 날 새벽에 우리 집에 도적이 들어오니까 담을 넘어 도망을 하시려다 맨발바닥에 긴 못을 밟으시어‥‥‥ 아아 어머니 나는 지금 그것을 생각만 하여도 가슴을 찌르는 듯합니다. 그러하나 어머니, 어머니의 그와 같은 자비와 애정은 헛된 것이 되었읍니다. 나는 차마 못 하는 눈물을 흘리고서라도 가정을 뒤로 두고 나 갈 곳으로 갈까 합니다.”
이렇게 흥분하여 있을 때에 누구인지 뒤에서,
“그러면 같이 갑시다‥‥‥”
하는 고운 여성의 목소리가 들리인다. 그는 돌아다보고 눈물 괸 두 눈에 웃음을 띠었다. 두 눈에 괸 눈물은 더 또렷하게 광채가 났다. 눈물은 그의 뺨으로 흘러 떨어졌다.
“아아 누님, 아아 영빈(英彬)씨.”
하고 그는 손을 내밀었다. 누님은 그의 동생의 눈물을 보고 아주 조소하듯,
“시인은 눈물이 많도다‥‥‥”
하고 하하 하고 웃는다. 누님하고 같이 온 영빈이란 청년은 껄껄 하고 어디인지 아주 불 유쾌한 표정을 나타내며,
“눈물은 위안의 할아버지요, 허허허.”
철하는 눈물을 씻고 아주 어린아이같이 한 번 빙긋 웃고,
“왜 인제 오세요, 네? 나는 한참 기다렸어요. 그러나 그것은 어찌나 되었어요?”
이 말대답을 영빈이가 가로맡아서 대답하였다.
“다‥‥‥ 틀렸어요. 실업가의 아드님은 부모에게 정신유전을 받는 것같이 직업이나 학업도 유전적으로 해야 한다고 당당한 다윈의 학설을 주장하시니까요, 저는 더 말할 것 없읍니다마는‥‥‥ 제삼자가 되어서‥‥‥ 매씨께서도 퍽 말씀을 하셨으나 무엇 무엇 당초에‥‥‥”
철하는 이 소리를 듣고 과도의 실망으로부터 나오는 침착으로 도리어 기막힌 웃음을 띠우고,
“아아 제2세 진화론자의 학설은 꽤 범위가 넓구먼‥‥‥”
그러하나 그의 누이 경애(瓊愛)는 상냥하고도 부드러운 표정을 하고 그에게로 가까이 가서,
“무엇 그렇게까지 슬퍼할 것은 없을 듯 하다. 아주머니도 네가 날마다 울고 지내는 것을 보시고 아버지께 자주자주 여쭙기는 하나 본래 분주하시니까 여태껏 자세히는 못 여쭈어 보신 모양인데 무엇 아무렇기로 너 하나 음악 공부 못 시키겠니. 아버지가 안 시키면 아주머니라도 시키겠다고 하셨는데‥‥‥ 아무 염려 마라 응! 너의 뒤에는 부드러운 햇솜 같은 여성의 후원자가 둘이나 있으니까, 무얼 아버지도 한때 망녕으로 그러시는 것이지, 사회에 예술이 얼마나 유익한 것인지 아주 모르시지도 않은 것이고‥‥‥자‥‥‥너무 그러지 말고 천천히 집으로 들어가자. 그러고 오늘 저녁에는 중앙극장에 오페라 구경이나 가자. 이것은 무엇이냐, 사내가 눈물을 자꾸 흘리며‥‥‥ 실연했니? 하하하 자, 어서 가자 어서.”
아지랭이 같은 부드러운 경애의 마음이여, 천사의 날개에서 일어나는 바람결같이 가벼운 그의 음조. 공중으로 떠오르는 듯한 철하의 가슴속에 있는 모든 열정의 뭉친 의식을 그의 누님의 그 마음과 음조는 모두 다 녹여 버렸다. 그 녹은 것은 눈물이 되어 솟아나왔다.
“누님, 저의 마음은 자꾸만 외로와져요. 아버지, 어머니 다 믿을 수 없어요. 나는 누구를 믿을까요? 나는 누님밖에 믿을 사람이 없읍니다. 나의 가슴에 보이지 않게 뭉친 것은 누님만 알아 주십니다.”
그의 애원하는 정은 그의 가슴에 복받쳐올라와 눈물지으면서 그의 누이의 손을 쥐었다. 그러나 여성의 손을 잡는 감정적에 그는 아무리 자기의 누님이라 할지라도 알지 못하게 가슴을 지나가는 발랄한 맛을 보았다. 그는 얼른 손을 놓았다.